‘슈퍼앱’ 편하긴 한데… 몸집 불리다 ‘독’ 될수도

입력 2025-11-26 00:38

IT 업계에 ‘슈퍼앱’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 이탈을 막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돈’이 오가는 영역으로 외연을 넓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서비스 확장으로 앱이 무거워지면 이용자 피로감 급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오픈AI는 챗GPT에 새로운 기능을 공격적으로 추가해나가고 있다. 24일(현지시간)에는 ‘쇼핑 리서치’ 도구를 내놨다.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해 설명하기만 하면 챗GPT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조사해 구매 가이드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오픈AI는 향후 쇼핑 리서치와 즉시 결제 시스템인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결합해 전자상거래 분야에도 발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에는 시범 서비스로 그룹 채팅 기능을 선보이며 메신저와 소셜미디어(SNS) 앱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국내 IT 기업 역시 경쟁적으로 슈퍼앱을 향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대표적 사례다. 출시 초기에는 대화 기능에 주력했지만, 현재는 쇼핑과 예약, 공공서비스 등 수십 가지 기능이 담겨 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톡 채팅방 안에 ‘챗GPT 탭’을 삽입해 기존 서비스와 연동도 가능하게 했다. 검색 앱으로 출발했던 네이버는 금융, 지도,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AI 에이전트’로 네이버 모든 서비스를 연결하는 통합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토스 앱 역시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보유한 기능이 100가지가 넘는 상황이다.

반면 기존 앱의 고유성과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몸집 불리기’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챗GPT의 그룹 채팅 기능 공개 이후 글로벌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SNS도 많은데 챗GPT에 채팅 옵션이 꼭 필요한가”라는 취지의 비판이 쏟아졌다. 카카오톡 역시 SNS 피드와 숏폼 콘텐츠 메뉴를 추가한 대규모 개편에 나섰다가 ‘이전 버전을 돌려내라’는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말 카카오톡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8%는 “카카오톡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더라도 결국 메신저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슈퍼앱이 될수록 어디서, 어떻게 원하는 기능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늘어나게 된다”며 “다른 앱과 기능이 겹치면서 차별화 지점도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