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엔 왜 뱀이 없었을까”… 닉과 주디, 9년만의 귀환

입력 2025-11-26 02:00
영화 ‘주토피아 2’에서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토끼 주디와 여우 닉. 주토피아 도시를 넘어 기발한 상상력으로 완성된 새로운 구역에서 다채로운 모험을 펼친다. 쿠키영상이 있으니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어!’

편견과 차별에 당차게 맞서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016)가 9년 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한층 깊어졌고, 배경 장소 또한 다양해지면서 볼거리도 더욱 풍성해졌다. 26일 개봉하는 ‘주토피아 2’는 긴 기다림을 보상하듯 황홀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편은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국내 관객 471만명을 동원했고 전 세계 수익은 10억2370여만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89회 아카데미와 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거머쥐었다. 전편의 인기는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고, ‘주토피아 2’는 예매율 60%를 넘기며 이미 사전 예매량 27만장을 돌파했다.

용감하고 씩씩한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와 능청스러운 여우 파트너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의 귀환이 반갑다. 전편에서 동물 연쇄 실종 사건을 해결한 둘은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푸른 뱀 게리(키 호이 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포유류 천국인 도시 주토피아에 지난 100년간 왜 파충류는 발을 들이지 못했는지 그 의문이 게리를 통해 서서히 풀린다.

빠른 리듬과 속도로 전개되는 추격 액션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주디와 닉이 게리를 쫓아 워터 튜브를 질주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물과 육지를 오가는 반수생 동물의 거주지 ‘습지 마켓’, 도시 권력을 장악한 링슬리 가문의 저택에 펼쳐지는 ‘주토피아 100주년 연회’ 등 새로운 공간들은 전편보다 확장된 스케일을 보여준다.


67종 178마리에 달하는 동물 캐릭터가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준다. 동물 특성을 활용한 유머가 여전히 빛난다. 하이라이트인 사막 축제 장면에서는 무려 5만마리가 등장한다. 가수 샤키라가 전편에 이어 팝스타 ‘가젤’ 역을 맡아 흥겨운 OST ‘주(Zoo)’ 무대를 꾸민다. 세계적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이 곡을 작사·작곡하고 양 캐릭터 ‘에드 시어린’으로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끈다.

뱀에게 흔히 덧씌워지는 ‘교활하고 사악한 존재’라는 이미지가 전복되면서 주제의식도 더욱 선명해진다. 선입견이 얼마나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얼얼함이 느껴진다. 각기 다른 존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저마다의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공존이 가능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재러드 부시 감독은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소통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인지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주디 역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 지니퍼 굿윈은 “똑같은 모양의 조각으로는 아름다운 퍼즐을 완성할 수 없다”고 했고, 게리 역의 키 호이 콴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포용할 때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러닝타임 108분, 전체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