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분해 수출 방식(Knock Down·KD)이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완성차 대비 낮은 관세, 신흥국 산업정책 대응 등 여러 장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KD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KD는 완성차를 부품 단위로 분해해 해외로 보내고, 현지 공장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분해 수준에 따라 CKD(완전 분해), SKD(부분 분해), DKD(대형 부품 단위 분해)로 나뉜다. 해외 판매 시 부품 수출로 잡히며 통계적으로는 ‘KD 1대’로 적용된다.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CKD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티오피아·가나에 이어 알제리에 신규 CKD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알제리 공장이 2027년 가동되면 아프리카 전역을 아우르는 KD 생산망이 구축된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연 5만대 규모 CKD 공장을 지난 5월 착공하며 조립·전동화 대응 기반을 확보했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에 연 7만대 규모의 CKD 합작 공장을 완공하며 중앙아시아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총 3억1000만 달러가 투입됐고, 부지 면적은 63만㎡에 달한다. 쏘렌토를 조립 중이며 내년부터는 스포티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화 수준에 따라 생산 차종을 확대해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KD 물량 대부분을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KD 방식은 비용 절감을 넘어 전략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현지 위탁 조립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가볍게 할 수 있다. 현지 조립을 통한 고용과 기술 이전뿐 아니라 각국의 산업정책 대응에도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중동·동남아는 조립 공장을 요구하거나 보조금을 내야 하는 사례가 많아 KD 방식 적용이 낫다”고 설명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KG모빌리티(KGM)가 KD에 적극적이다. KGM은 인도네시아에서 ‘렉스턴 KD’를 중심으로 연 3000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 SNAM과는 연 3만대 규모 조립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SNAM은 사우디 최초의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GM도 중앙아시아 지역에 일부 KD 물량을 수출하며 현지 조립에 나서고 있다.
관세 대응에도 유리하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는 흐름에서 KD는 완성차 업체들의 ‘저비용·고유연성’ 글로벌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흥국에 완성차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보다 부품 형태로 보내는 것이 관세가 훨씬 낮다”며 “완성차보다 재고 관리와 현지 정부와의 공조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고 시장 적응 속도가 빨라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