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새 종전안 마련… 러 수용 여부가 관건

입력 2025-11-25 18:58 수정 2025-11-25 23:51
25일 새벽(현지시간) 러시아의 드론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아파트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러시아가 수도권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6명이 사망하고 1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9개항으로 구성된 새로운 종전안을 마련했다. 기존 미국·러시아 간 28개항 초안은 사실상 ‘러시아 위시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핵심 내용이 대폭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 문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 등 민감한 쟁점은 여전히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이 직접 담판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미국·우크라이나 대표단 협상에서 크게 진전된 새 평화안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1차관은 FT에 “치열했지만 생산적이었다. 양국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수정안이 도출됐고 기존 초안에서 남은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구 사항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며 합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양측이 해결해야 할 이견은 몇 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미국과 러시아가 마련한 28개항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동부 돈바스 지역 포기 등 러시아의 핵심 요구가 다수 담겼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새 종전안은 우크라이나 병력을 60만명으로 감축하는 기존 조항을 현재 수준에 가까운 8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나토 불가입 의무를 우크라이나 헌법에 명시하라는 조항 역시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제네바 회담 뒤 평화안에 올바른 요소들이 많이 반영됐다”며 “가장 민감한 문제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주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미국 대표단은 종전안 협상을 위해 러시아 대표단과도 회담을 가졌다. FT는 댄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이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협상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이동해 러시아 대표단을 만났다고 전했다.

종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수정안을 러시아가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NYT는 “어려운 점은 이번에 수정되거나 미완으로 남겨진 조항들이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항들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