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이 지난 21일 대형 증권사 9곳의 외환 담당자를 불러 비공개회의를 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된 가운데 증권업계의 달러 조달 방식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 당국은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자 미래에셋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증권사들의 외환 담당자를 소집했다. 이런 소집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외환 당국은 시장 개장 직후 달러를 대량 환전하는 증권업계의 관행이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을 급등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증권사는 하루 동안 고객이 사고판 외화 거래를 밤새 통합해 계산한 뒤 정산할 때 필요한 모자란 금액만 다음 날 외환시장 개장 직후 매수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 고객 A씨가 1000달러어치를 팔고 다른 고객 B씨가 500달러어치를 샀다면 이 증권사는 정산 부족분 500달러어치만 사들이는 식이다.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장 초반 동시에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을 구조적으로 밀어 올린다고 외환 당국은 본 것이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한은, 국민연금은 지난 24일에는 환율 대응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삼성전자 등 수출 기업에도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꿔 달라는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을 동원할 필요성 등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기자, 세종=이누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