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복종 의무 빼고 위법 명령 거부 명문화

입력 2025-11-25 18:51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개정안은 공무원 복종 의무가 삭제되고 육아휴직 사용대상 자녀 나이 기준 상향, 난임치료 휴직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76년간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돼 있던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사라진다. 대신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르되 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와 절차가 명문화된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한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도 금지된다.

인사혁신처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에게 충직한 공직사회 구현을 위해 공무원이 상사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개정안은 1949년 제정 당시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진 제57조 ‘복종 의무’를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 등으로 수정했다. 기존 제57조 조문인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삭제됐고, 대신 ‘소속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 ‘구체적인 지휘·감독에 대한 의견 제시’,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한 이행 거부’ 등의 문구가 새로 들어갔다. 특히 이러한 의견 제시와 이행 거부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기존의 제56조 ‘성실 의무’는 ‘법령 준수 및 성실 의무’로 확대됐다. 적법한 지시는 법적 보호 아래 충실히 이행하고, 위법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게 기준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지방공무원 사회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같은 취지의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관의 위법 지시에 대한 불복권을 명확히 규정한 게 핵심이다. 그동안은 위법한 명령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었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 나이 기준을 기존 8세에서 12세로 상향했다. 난임 치료는 처음으로 독립된 휴직 사유로 인정된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질병휴직을 활용해야 했고, 임용권자의 직권 명령이 필요해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앞으로는 난임 휴직 신청 시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공무원의 스토킹과 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도 기존의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비위 혐의자에 대한 징계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징계 절차를 강화했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후 올해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사처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뒤 6개월간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 법 시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