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안정화 선행조건은 양국 지도자들의 국내 지지 안정”

입력 2025-11-25 18:58
일본 게이오대 한반도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니시노 준야 교수가 지난 13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외교부 공동취재단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교수는 한·일 양국 지도자의 안정적 지지기반이 양국 관계의 선행조건이라고 진단했다. 정권이 불안정하면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상대국을 겨냥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니시노 교수는 지난 13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만나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정부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환경이 좋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 정책에서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다카이치 정권의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며 “중요한 건 양국 리더의 국내적 지지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쪽 리더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으니까 (지금은)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과연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니시노 교수는 양국 관계의 우선적인 가늠자로 내년 2월 22일로 예정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를 꼽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행사에 보내는 정부 측 인사를 차관급에서 장관급(각료)으로 격상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니시노 교수는 “만약 예전대로 (차관급을 보내면) 한·일 관계의 관점에서는 맞는데,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했던 기반에선 실망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고민되는 지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안정한 연립 내각으로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이 안정세에 접어든다면 굳이 극우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자 한국을 도발하진 않겠지만 반대라면 관계 악화의 위험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해선 “양국 정부 모두 낮은 자세로 관리하며 현안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신경 쓸 국내 문제가 있는데도 이렇게 관리하는 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도식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일본 역시 최대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과거사·미래협력 투트랙 전략에는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두 사안의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니시노 교수는 “우리가 겪어 왔던 문재인정부, 아베 정권 시절을 봤을 때 (투트랙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니시노 교수는 “대외정세가 어려워서 우리가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건 정세가 호전되면 다시 멀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정세가) 호전되더라도 계속 같이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도쿄=외교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