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계적으로 거래세→ 양도세로… 배당소득에도 단일 세율 적용

입력 2025-11-26 00:49

한국이 과거 일본의 세금 제도를 가져와 왜곡된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동안 일본은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도입했다. 거래세는 주식 매매 시 비용으로 거래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거래세 대신 주식 양도 차익에 과세한다. 진정한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과세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과세체계 개편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본의 세법과 금융시장 제도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쳐 유사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일본은 주식 배당과 이자, 양도소득에 대해 20.315%의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투자 상품 간 손익통산도 인정한다. 주식 배당으로 1000만원을 벌었더라도 매매로 1000만원의 손실이 났다면 과세하지 않는 식이다.

일본은 1987년 세제개편을 통해 1989년부터 주식 양도세 제도를 전면 도입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가계 저축률이 감소하면서 가계 금융자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과세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식 양도차익에만 과세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한몫했다.

다만 시장 충격을 고려해 거래세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돼 1999년에야 완전히 사라졌다. 당시 일본은 증권거래세 세수 규모가 매년 약 2조엔 규모로 커 급격한 세 감소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시장 참여도 등에 대한 점검도 필요했다. 한 학계 전문가는 “한국도 일본처럼 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며 “조세 저항성을 줄이기 위해 첫해에는 5%, 그다음 해는 10% 등 탄력세율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일본처럼 거래세 없이 양도차익에 과세하고 있다. 주식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근로소득과 합쳐 일반 소득세율(10~37%)이 적용돼 세금 부담이 가중된다. 다만 1년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가계 소득 구간에 따라 0·15·2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배당소득세도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주요국은 경쟁국의 과세제도를 고려해 배당과 양도소득 과세체계를 간소하게 일치시키는 기조다. 불리한 과세체계가 자본유출 등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서다. 일본은 배당소득에도 양도세와 같은 20.315%를 적용한다. 미국도 주식을 61일 이상 가지고 있다면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소득에 따라 0·15·20% 세율로 과세한다.

한국은 배당소득세로 2000만원 이하는 15.4%를, 20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49.5%(지방세 포함)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원천으로 한다는 점에서 배당과 양도차익 모두 소득 본질은 같은 것”이라며 “이익 실현 방식에 따라서 세율이 다르다는 것은 과세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