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A씨가 삼성전자와 테슬라, 국내에 상장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에 상장된 S&P500 ETF에 모두 투자해 각 3000만원의 동일한 수익을 거뒀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투자자가 종목(상품) 당 내야 하는 세금은 얼마일까. 같은 3000만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각 종목 수익에 대한 세금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발생한다.
세제 전문가들은 ‘좋은 세금’이란 같은 수익에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국내 금융 과세체계는 이와 거리가 멀다. 상장주식에 대해 과세하는 선진국과 달리 비과세를 유지하면서 상품이 생겨날 때마다 땜질식으로 세제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25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 금융상품별 과세 체계상 A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얻은 3000만원의 수익에 대해 대주주가 아닌 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국내 주식은 대주주를 제외하고 비과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투자자는 0.15%의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만 낸다. 반면 테슬라와 해외 상장 ETF로 번 3000만원에 대해서는 각각 양도소득세 605만원을 내야 한다.
특히 국내 상장 ETF 투자에서 발생한 3000만원의 경우 배당소득으로 구분돼 본인의 다른 소득과 합산해 462만~1485만원을 내야 한다. 똑같이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 상품이어도 세금 차이가 큰 것이다. 이는 비과세되는 국내 상장주식과 달리 펀드 과세체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자가 받는 분배금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2000만원 이하까지는 15.4%, 2000만원 초과 시엔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9.5%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같은 자산을 직접 투자할 때와 펀드로 투자할 때 모순이 생긴다. 예를 들어 실물 부동산에 투자한 뒤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면 되지만 부동산형 펀드의 경우 배당소득세로 분류돼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또 배당소득에는 ‘마이너스’ 개념이 없어 이후 펀드 처분 시 최종적으로 손실이 났어도 한 번 분배금을 받았다면 그때 즉시 배당소득으로 과세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에서는 펀드에 투자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서 손해”라는 의견이 많다. 펀드 발생 수익이 일정 금액을 넘길 경우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여지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산투자와 같은 특성상 어쩌면 주식보다도 개인 투자자에게 권하기 적합한 상품이 펀드인데 세금에서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 과세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조세 개혁 없이 과거 일본의 세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평해야 한다는 건데 현재 금융 세제에서는 똑같이 100만원을 벌어도 누구는 1만원을, 누구는 50만원을 내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모든 세금 중 금융 상품 세제 체계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장은현 이광수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