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급실 뺑뺑이, 美·日 해법은 구급대가 직접 병원 선정

입력 2025-11-26 02:05
국민일보DB

응급환자가 거리를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해외 선진국들은 환자 응급처치를 맡은 구급대가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이송할 병원을 직접 선정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선정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의료계와 소방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2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119 병원 이송 관련 보고서’를 보면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주요 5개국에선 구급대가 환자 상태를 평가한 뒤 이송할 병원을 선정한다. 미국과 일본에선 병원 선정을 현장 구급대가 직접 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는 각각 응급서비스통제센터(EOC), 앰뷸런스빅토리아(AV), 중앙구급차통신센터(CACC) 등 환자 평가·이송을 조력하는 중앙관제센터에서 구급대를 지원한다.

병원 선정에 활용되는 근거는 공통적으로 환자 상태다. 대개 소생(레벨 1)부터 비응급(레벨 5)으로 나뉜 중증도 분류가 기준이 된다. 입법조사처는 “대부분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중증도별로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며 “명시적으로 ‘(구급대의) 수용 능력 확인’이나 ‘(응급실의) 수용 의무’를 법제화하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송의 주요 원칙으로 ‘가깝고’ ‘적합한’ 의료기관을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 응급의료법에는 구급대원이 응급실의 수용 능력을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에 응급실이 수용 불가를 통보하면 환자를 이송할 수 없어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도 환자의 병원 이송이 지연되는 상황을 100% 근절하진 못한다. 환자가 상급병원 응급실에 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를 해결하고자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병원 수용을 결정한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려면 119 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선정할 때 활용하는 환자 중증도 평가(PRE-KTAS)가 보다 정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환자 중증도 평가는 환자 발생 현장과 병원에서 두 차례 이뤄진다. 중증·응급(레벨 1, 2)으로 분류된 환자를 우선 이송·수용하고, 응급실의 한정된 자원을 집중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응급실 이송 환자 72만명을 대상으로 구급대·병원 간 중증도 평가 일치율은 48.5%에 그쳤다. 구급대가 환자 상태를 병원보다 낮게 평가한 비율은 22.3%, 병원보다 높게 평가한 비율은 20.2%였다. 환자에 대한 과소평가는 적정 치료를 지연시키고, 과대평가는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이 된다.

일각에선 정밀검사 등이 불가능한 현장에서 병원만큼 엄밀한 평가를 하긴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손정원 목원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119구급대가 환자의 중증도 평가를 정확히 하려면 교육 품질을 높이고 교육 이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