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5일 전화 통화를 갖고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를 논의했다. 일본 언론은 미·일 정상이 중·일 갈등 사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 요청으로 통화했다”며 “일·미동맹 강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정세, 여러 과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날 미·중 정상 간 통화를 포함해 최근 미·중 관계와 관련된 설명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미 간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매우 친한 친구라며 언제든 전화를 걸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는 자신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에 대해 트럼프와 논의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통화 내용은 외교상 대화이므로 상세한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양국 정상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다카이치 발언으로 중·일 대립이 불거진 뒤 이번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대만 및 중·일 갈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일본과 대만 사이 공역에 무인기를 투입했다. 대만 인근 섬에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는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대만 국방부는 24일 오후 2시5분부터 5시10분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인 북동부 및 동부 해안 부근에서 중국 무인기와 헬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대만 국방연구소 슈샤오황 부연구원은 “요나구니섬에 배치될 일본의 방공미사일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2~23일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과 요나구니섬을 시찰하고 중거리미사일 배치 계획을 밝혔다.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110㎞ 거리에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중국 대만 주변 서남제도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면서 지역 긴장을 조성하는 건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연계할 때 극도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일본을 침공하는 항공기와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장비”라고 반박했다.
나성원 기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