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경북 구미에서 ‘이재명 정권을 향한 민생 레드카드’ 대회를 열었다. 부산과 울산, 창원에 이은 네 번째 장외 여론전이고 다음달 2일까지 7곳을 더 다닐 예정이다. 그런데 그렇게 전국을 돈다고 해서 국민이 주목하고, 여론도 국민의힘에 우호적으로 바뀔지는 의문이다. 이재명정부에 대한 ‘민생 레드카드’를 내걸었지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규탄과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게 주된 구호이지 정작 민생을 위한 대안 목소리는 찾을 수 없어서다. 내년도 나라살림을 다루는 예산 정국 등에 몰두할 때에 제1야당이 장외로 나선 것 자체가 적절한지도 돌아봐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두고 봐야 할 것은 12·3 비상계엄 1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이뤄지는 전국 순회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기회에 민심을 제대로 수렴해 계엄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내놓고, 계엄 옹호 세력과 확실히 결별해 새 출발할 수 있다면 나름 의미 있는 행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제까지 여론전에서 보여준 모습에선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구심만 키운다. 장동혁 대표부터 “왜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움츠러들어야 하느냐, 더 당당해져야 한다”고 말했고, 지도부 다른 멤버들도 “(분열보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어제 한 최고위원은 방송에서 “12월 3일 꼭 메시지를 내야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가질 필요 없다”고도 말했다. 얼마 전 한 중진 의원은 “‘윤 어게인’ 세력과 부정선거론자를 내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여론전이 끝나도 사과보다 오히려 더 강경한 노선을 따르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나라가 여전히 계엄과 탄핵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당이 1년을 맞아서도 아무런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계엄은 잘못됐고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 대다수의 뜻을 따른다면 이번 기회에 어느 때보다 더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 어게인’ 세력과도 확실히 절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제1야당으로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고 국정의 견제자로서 온전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말로는 중도층 확장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행동은 극우를 품고 중도층을 밀어내는 자충수를 더는 두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당을 바라보는 냉혹한 민심을 직시해 12월 3일에는 반드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