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이 마무리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올해 다자외교 무대가 막을 내렸다. 미·중 갈등을 시작으로 악화된 외교·경제 상황을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로 아슬아슬하게 돌파해 왔지만 후속조치 역시 만만치 않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제도 산적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마지막 방문지인 튀르키예 국빈방문 일정을 끝으로 이번 순방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 유엔총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세안 정상회의에 연이어 참석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호스트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치르면서 취임 6개월간 쉼 없는 외교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는 지난 6개월간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특히 미·중 갈등, 중·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용외교를 통해 어느 한쪽과도 척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했다. 대미 관계는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중국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APEC 계기 국빈방한 등을 통해 관계 회복을 끊임 없이 타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로 이동하는 기내간담회에서도 “한·미동맹을 경제·첨단기술동맹 등을 포괄하는 복합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두 가지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일 관계 역시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어떻게 협력 구조를 만드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한국의 경제 파트너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까지 다변화하는 신호탄을 쐈다. 대통령실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방위산업과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통해 350억 달러(약 50조원)의 잠재적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엔 튀르키예와 에너지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시노프 원전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이집트 카이로공항 확장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논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양국 간 협력 논의를 실질화하는 게 이 대통령에게 남은 순방 과제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대미투자특별법 발의를 시작으로 본격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에 돌입한다. 대미투자특별법에는 한·미 전략적 투자를 위한 특별기금 설치와 의사 결정 체계 등이 포함된다. 법안이 발의되는 즉시 인하된 관세율이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된다. 법안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다. 한·미 간 합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서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앙카라=최승욱 기자, 성윤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