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내 ‘금산분리 완화’ 엇박자, AI 경쟁 절박함 새겨야

입력 2025-11-26 01:10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경쟁 시대를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제기한 ‘금산분리 완화’안이 정작 부처의 벽에 가로막히며 진전이 더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도 “근간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신중론을 이어갔다. 정부 내 엇박자가 관세협상 이후 모처럼 조성된 민·관 협력 분위기에 제동을 걸게 될까 걱정이다.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 논의는 기업들이 아닌 이 대통령이 물꼬를 텄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오픈 AI 샘 올트먼 CEO와 만난 자리에서 “AI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에 호응했다. 그런데 공정위원장이 여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금산분리가 과거 재벌의 횡포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AI 패권 전쟁이 한창인 지금은 산업·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너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40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 AI 펀드를 조성했고 메타는 사모펀드와 27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우리는 금산분리와 각종 현행법에 묶여 이런 방식의 천문학적 투자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게다가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는) 몇몇 회사 민원일 뿐이다” “규제 탓만 하고 투자는 안 한다”는 식의 반기업적 시각을 내비쳐 정부 내 협의와 소통이 제대로 될지조차 의문이다. AI 투자 속도전에선 한번 뒤처지면 주도권을 찾을 길이 없다. 이는 부처 이해 관계를 넘는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다. 특별법 제정, 부분 완화 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찾는 등 서둘러 민·관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