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본원에서 지난 9월 발생한 화재는 작업자들의 과실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경찰청 국정자원 화재 수사 전담팀은 업무상 실화 혐의로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 등 국정자원 관계자 4명, 현장 소장 등 작업자 3명, 감리업체 관계자 2명,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10명을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작업자들이 모든 배터리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절연작업도 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관계자들의 진술과 압수물 등을 분석한 결과 작업자들은 당시 무정전전원장치(UPS) 본체의 전원 및 배터리 랙 8개 가운데 1번 랙의 전원만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든 배터리 랙의 전원을 꺼야만 전원 차단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원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배터리 랙 상단에 있는 콘트롤 박스에 부착된 전선을 분리한 뒤에는 전선을 절연 테이프로 감아야 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작업자들의 전반적인 과실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 때문에 발화가 시작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대현 대전청 형사기동대장은 “국과수가 진행한 재연실험 결과와 화재현장 CCTV 영상에 나온 섬광의 유무, 연기의 색깔 등을 종합해보면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낮다”며 “분리하지 않은 전선이 다른 전선과 접촉하면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 때문에 발화가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작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불법 하도급을 저지른 정황도 확인하고 5개 업체 관계자 10명을 전기공사업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 중 1명은 업무상 실화 혐의도 받고 있다.
배터리 이설작업을 최초로 수주한 A사와 B사는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30억원에 사업을 낙찰받았다. 이들 업체는 C사에 하도급을 줬고, C사는 직원 2명을 일시적으로 퇴사시킨 뒤 A사에 입사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C사는 작업의 대부분을 직접 수행하기로 했지만 다시 2개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다음 달 중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조 대장은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작업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고, 불합리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관련 협회·부처에 개선안을 마련토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