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는 끝 아닌 시작… GMC 복음주의 확립할 것”

입력 2025-11-26 03:21
GMC 한미연회 총감리사인 류계환 목사가 최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GMC의 활동과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연합감리교회(UMC)와 글로벌감리교회(GMC)의 분리는 교회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교단 분리가 동성애 찬반 논쟁으로만 비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만난 GMC 한미연회 총감리사 류계환(55) 목사의 첫마디였다. 류 목사는 “미국 감리교회의 분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한국교회와의 협력과 다음세대 양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GMC는 동성애 이슈와 신학적 입장 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UMC에서 2022년 분립했다.

류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80세 디아스포라 장로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장로는 고교 시절 미국에 이민을 간 뒤 63년 동안 한 교회를 섬겼다고 했다. 교회 종탑을 직접 설계하고 평생 성가대원으로 주일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지난해 이 교회는 UMC 교단 탈퇴를 추진하다가 교인 절반이 흩어졌다. 전 교인 투표 결과 찬성표가 전체 3분의 2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탈퇴를 찬성했던 이 장로는 교회를 떠났고 그 과정에서 믿음을 잃은 교인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류 목사는 “장로님은 내게 울며 전화를 걸어 ‘이번 주일 어디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냐’고 물으셨다”며 “교단을 떠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분리절차가 아닌 교회를 심고 사랑했던 이들의 뿌리가 뽑히는 아픔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GMC가 탄생한 것은 이 시대 교회 갱신을 향한 신학적 신앙적 도전이었다고 류 목사는 설명했다. 그는 “미국 감리교회는 꽤 오랜 시간 ‘신학적 다양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논의해 왔다”며 “이런 다원주의 시대에서 GMC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만을 고백하는 신앙운동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류 목사는 지난해까지 UMC를 떠난 미국 내 교회 비율이 26%가 넘었다는 사실을 짚었다. 그는 “미국 감리교 안에 복음주의적 성향이 그만큼 두텁게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GMC 내 한미연회가 출범한 것은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감리교 240년 역사에서 한인교회가 별도 연회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 목사는 “한인 이민교회는 자립을 넘어 선교를 감당하는 모습으로 성장해 왔다”며 “한미연회라는 이름은 웨슬리안 신앙운동 안에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며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확인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입법의회에서 GMC와의 교류와 협력을 ‘교리와 장정’에 명시했다. 류 목사는 “이번 기회로 양 교단은 형제 교단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다”며 “신학교육 기관끼리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오고 갈 수 있는 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