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개혁주의 교회 연합’ 모델 세운다

입력 2025-11-27 03:05
웨이크 목사안수 위원들이 2017년 경기도 구리 두레교회에서 열린 제7회 목사안수식에서 신임 목회자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국제독립교회연합회(웨이크·총회장 림택권 목사)는 국민일보 선정 2025 기독교브랜드 대상에서 리딩 부문을 수상했다.

1995년 박조준 목사가 설립한 웨이크는 종교개혁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형 독립교회’ 모델을 구축한 연합체다. ‘간섭은 최소, 배려는 최대’를 기치로 내세우며 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해 왔다. 인준 신학 교육기관 운영과 목회자 재교육, 목회 멘토링은 물론 최근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과 경북 산불 피해 구호에도 앞장서는 등 건강한 독립교회 운동을 펼쳐온 점이 높이 평가됐다.

림택권 총회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웨이크 사무실에서 교단 운영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수상을 기념해 림택권(91) 총회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웨이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교단 정치와 세속주의로 인해 교회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며 “독립교회는 정치 구조에서 자유롭기에 진리를 온전히 붙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한 임우성 웨이크 사무총장은 “목회자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성경적 양심에 따라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며 “한국교회의 거룩한 본질을 회복해 나가는 ‘미래형 교회 연합’의 모델을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복음주의연맹(WEA)에 대한 반대 입장, 가톨릭과의 통합 거부 등 웨이크가 지켜온 노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웨이크는 기존 교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오직 성경(Sola Scriptura)·오직 믿음(Sola Fide)·오직 은혜(Sola Gratia)’라는 종교개혁 3대 구호를 신앙의 근간으로 삼는다. 교단 정치와 세력화를 지양하며, 개별 교회의 재산권과 운영권을 100% 보장하는 원칙은 국내 독립교회 운동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웨이크는 그동안 수백명의 목회자를 배출했다. 2014년 10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국과 미주 지역에서 490명이 목사안수를 받았다. 회원교회와 선교단체는 700여개에 이른다. 림 목사는 “웨이크 창립 당시 한국교회 안팎에는 ‘목사 되는 길을 너무 쉽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웨이크는 교단 정치에서 벗어나 오로지 ‘목회’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웨이크 인준 교육기관인 웨이크신학원이 개혁주의 신학을 토대로 지금까지 정통 신학 교육과 함께 목회 현장에 필요한 실용 과목을 강화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적 멘토링을 위한 ‘목회레슨’과 목회자 재교육 과정 등을 운영하며 목회자의 실제 사역 능력 향상에도 집중한다. 또 독립교회 목회자는 행정·재정·사역 기획까지 목회자가 전면에서 책임져야 하는 만큼 웨이크는 영상목회학·목회세무학 등 새로운 영역의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교단의 간섭 없이 개교회가 재산권을 보장받고 자율적으로 교회 살림을 꾸리는 만큼 목회자가 여러 방면에서 독립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훈련하겠다는 취지다.

림 목사 역시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후배 목회자 양성을 위한 강의와 멘토링을 쉬지 않고 있었다. 림 목사는 “목회자가 먼저 말씀에 미쳐 있어야 한다”며 “성경에 살고 성경에 죽어야만 하나님의 은혜가 성도에게 흘러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림 목사는 웨이크가 배출하고자 하는 목회자상으로 성경 중심, 진리에 대한 확신, 시대적 파수꾼, 섬기는 지도자 등의 네 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진리보다 정치가 앞섰기 때문”이라며 “지금 시대에 필요한 목회자는 교회 규모를 키우려는 성장주의가 아니라, 진리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섬김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회의 본질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영혼을 구원하는 일인 만큼 교인을 잘 목양해야 한다”며 “웨이크는 각 독립교회가 힘을 모아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을 함께 찾는 연합체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웨이크는 신학·목회 포럼을 통해서도 독립교회 사역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포럼을 시작으로 설교·신학·교회개혁 등을 주제로 한 정기 포럼을 이어가며 독립교회 신학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웨이크밴드’로 불리는 온라인 네트워크상에서 매일 ‘30초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도회를 이어가는 등 목회자 간 연대와 영적 공동체성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3년 동안 이어진 전 회원의 기도를 책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웨이크 데일리 기도문’으로 엮어낸 것도 이 같은 연대의 결실이다.

사회적 책임도 빼놓지 않는다. 웨이크는 재난 구호와 선교 지원에 꾸준히 참여하며 “종교개혁은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림 목사는 “은혜를 받은 교회라면 은혜를 흘려보내야 한다”며 “섬김은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교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돼야 한다”며 “웨이크는 오직 성경·오직 믿음·오직 은혜라는 깃발을 더 선명히 하겠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다시 복음의 기초 위에 서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