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목사님은 90세가 넘어서까지 사명을 감당하시다가 암 진단을 받고도 수술 권유를 거절한 채 주님의 부르심을 준비하셨다. 임종을 앞두고 한 장로님이 “목사님,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목사님은 주저없이 대답하셨다. “가족이야… 가족.”
정말 그랬다. 가족은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근원이자, 세상의 죄와 마귀의 공격 속에서도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사역을 하며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출소 후에도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또 다른 한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 와 열심히 일해 두 자녀를 키워냈다. 아내는 꾸준히 교회에 나갔지만 남편은 바쁘다는 이유로 예배를 소홀히 했다. 세월이 흘러 안정된 생활을 누렸으나 남편의 마음은 점점 세상으로 향했다. 결국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갔고 재산과 집까지 팔아버렸다.
아내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작은 아파트로 옮겨 다시 일터로 나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앞에 초라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남편이었다. 버림받고 암에 걸린 상태였다.
아내는 그를 집으로 들여 음식을 내주었지만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었다. 결국 목사님을 찾아가 울며 말했다. “목사님, 어떻게 저 사람을 사랑하라 하십니까.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목사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입니다.”
아내는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목사님, 저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떻게 저 인간을 사랑합니까.”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골방에 들어가 울며 기도했다. 그런데 그 말씀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는 그 말씀을 붙잡고 아내는 그날 밤을 견뎠다. 잠시 후 남편이 잠든 방을 열어보니, 미움으로만 보이던 그가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났다.
다음 날 다시 목사님을 찾아갔다. 목사님은 고린도전서 13장 말씀을 전하며 기도해 주셨다. “집사님, 사랑은 오래 참는 것입니다.”
그 후 아내는 남편을 데리고 주일마다 예배에 나갔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의사가 그러는데 앞으로 6개월밖에 못 산다오. 미안하오.” 그녀는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님을 영접하게 하소서.”
시간이 흘러 남편은 세례를 받았고 6개월이라던 생명이 3년으로 연장되는 은혜도 허락됐다. 마지막 순간에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여보, 미안하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었소. 천국에서 기다리겠소.”
그 권사님은 고백했다. “그 마지막 말은 평생의 어떤 고난보다 귀했어요. 주님이 나를 오래 참아 주셨듯, 나도 그 사람을 오래 참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주님.”
정리=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