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4일 변경상장을 마치며 순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공식 출범했다. 같은 날 분리된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도 재상장하며 생산 중심의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 사업이 독립된 성장 축으로 나뉘었다. 이번 인적분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본업 경쟁력과 기업 가치 부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경상장 첫날인 지난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93조7257억원(삼성바이오 82조8145억원·에피스홀딩스 10조9112억원)으로 마감했다. 분할 전 대비 6조8222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날 삼성바이오의 재상장 시초가는 179만7000원으로, 거래 정지 전 가격(122만2000원) 대비 47%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낙폭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반등하며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는 고수익 핵심 사업인 CDMO에 역량을 온전히 집중하며 기업 가치 제고 기반을 마련했다. 일부 고객사들이 제기해왔던 “생산 기업이 개발 자회사까지 보유하는 것은 이해 상충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하나의 기업 안에서 함께 평가해야 했던 CDMO와 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 사업을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 가치 평가의 기준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있더라도 삼성바이오의 중장기 성장성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날 목표 주가를 기존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려잡으며 “2026년은 삼성바이오의 이익이 온전히 반영되는 첫해로, 4공장 풀가동에 따른 레버리지 및 고환율 효과가 지속되면서 연간 40%대의 영업이익률 시현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새롭게 출범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을 자회사로 두고 바이오시밀러와 플랫폼 기반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외부 바이오텍과의 공동개발과 기술수출 등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독자적인 신약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번 재편은 올해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투자 및 자회사 관리 기능을 떼어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8월 증권신고서 제출, 9월 분할 효력 발생, 10월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이날 변경상장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기존 주주들은 분할 비율 0.65대 0.35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각각 배정받는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