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충남도가 추진해 온 행정통합이 관련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내년 7월 대전충남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여당의 외면 속에 정치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행정통합에 대한 대통력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오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 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성일종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이 법안에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운영, 자치권 강화, 경제과학수도 조성 등 충남과 대전을 통합하기 위한 269개 조항이 담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검토와 행정부 의견 수렴,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지만 법안 발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단 1명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지난 18일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별법이 다음 달까지는 통과돼야 내년 지방선거에 반영할 수 있다”며 “일정상 여의치 않다면 내년 2월까지는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충남 금산군에서 열린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며 연내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간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 여부에 따라 법안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친전서를 보내고 법률안도 전달했지만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별법 통과를 목표로 국회의 입법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시·도지사들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방소멸 방지를 위한 시·도 간 통합을 대전과 충남이 앞장서서 추진 중이고 이미 특별법안 마련과 시·도의회 동의가 완료된 상태”라며 “대전·충남 통합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대표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 역시 지난 18일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을 압박하고 도민의 요구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행정통합에 대한 도의 입장을 담은 서한문을 국회의원들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할 뜻을 밝혔다. 도는 다음 달 안에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문을 대통령실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신중론’을 제기하며 행정통합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쳐 특별법 성사 여부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대통령실 지역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행정통합은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할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수용하기 어려운 특례 조항을 넣어 특별법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하더라도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례 조항을 빼고 당장 급하게 통합을 한다면 또 그것대로 반발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역시·도 간 행정 통합 전망이 어두워지자 충남 전체가 아닌 금산군 한 지역이라도 대전과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과 금산 통합 논의는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2012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무산돼왔다. 대전시 금산군 행정구역변경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산군 다락원에서 대전시 금산군 행정구역 변경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양 시 군 간 통합을 주장했다. 서정교 중부대 교수는 “금산은 노인인구가 37.9%고 인구소멸지수 역시 고위험 단계라 이대로 가면 텅 빈 도시가 될 위험에 처했다”며 “생활권은 이미 대전과 하나이므로 행정구역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심정수 금산군의회 의원은 “금산은 인구가 대전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도청마저 내포로 옮겨 현재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며 “산업 용지 등이 부족한 대전과 인프라가 부족한 금산이 살 수 있는 길은 통합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안 된다는 가정 하에 (대전·금산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대전과 금산 간 통합 논의는 지역 협의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광역 시·도 간 행정통합은 대전·충남뿐 아니라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추진단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부산·경남 행정통합 역시 공론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1년간 추진돼왔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광역 단위 통합 논의가 전국에서 잇달아 중단되는 흐름 역시 대전·충남 통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전이라는 도시를 충남이라는 커다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합치면 대단한 도시가 탄생할 것 같지만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야당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해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건데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성=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