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어르신들께는 김장김치만큼 반가운 선물이 없습니다. 받는 분도 기쁘지만 함께 모여 김치를 담그며 나누는 정겨운 이야기와 손맛 속에 담긴 사랑에도 큰 기쁨이 있습니다.
신앙인은 흔히 ‘겉절이 인생이 아니라 김장김치 같은 인생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김치가 깊은 맛을 내려면 배추가 여러 번 죽어야 하듯, 믿음의 사람도 자아가 죽어야 참된 생명과 향기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추는 땅에서 뽑히며 한 번 죽고, 통배추가 갈라지며 또 죽습니다. 소금에 절여지고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버무려지며 다시 죽은 후 장독에 담겨 땅속에 묻히며 완전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런 과정을 견디고 나면 배추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잘 숙성된 김장김치는 깊은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고 건강을 돕는 귀한 음식이 됩니다.
사도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고 고백했습니다. 김치를 담그는 이 계절에 신앙인은 매일 나의 옛 사람을 죽이고 새 사람으로 살아야 함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믿음도 그렇게 숙성되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는 인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서호석 목사(광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