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인 1표제’ 속도조절… “강성당원에 휘둘릴라” 우려 제기

입력 2025-11-25 00:04
이언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당이 추진 중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 “당원 전반이 수긍할 수 있는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을 두고 당내 의사결정이 강성당원에게 휘둘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언주 최고위원 등 당내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기미가 보이자 당은 개정안 처리를 위한 중앙위원회 개최를 당초보다 일주일 미루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다음 달 5일 중앙위에서 처리키로 결정했다. 당무위는 오전 중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후에 다시 속개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오전 비공개 당무위에서는 고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오는 28일 중앙위에서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일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고려해 일주일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정청래 대표가 당무위를 마치며 “지선 공천룰과 1인 1표 개정안에 대해 수많은 논의를 해왔기 때문에 절차와 숙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니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다만 그 내용이 아직 부족한 점이 있으니 면밀하게 숙의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중앙위가 일주일 연기되는 동안 지혜를 모아서 보완책을 마련하고 당원주권 시대를 활짝 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당원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당내에서는 절차적 정당성 등을 이유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에 대한 찬반 문제라기보다는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 취약 지역에 대한 전략적 문제가 과소대표되고 있는 점 등이 논란의 핵심”이라며 “민주당이 수십년간 운영해 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폐지하는 게 맞느냐”고 직격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지금 나오는 반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1인 1표제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렇게 전광석화로 처리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많으니 하나둘씩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당원들은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확인 가처분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공동 신청인 모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안까지 통과될 경우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은 20만여명의 강성 당원에게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민주당은 국회의원만 참여하던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표심 20%를 반영하도록 당규를 개정했다. 여기에 1인 1표제까지 도입되면 대의원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절대적으로 당원 규모가 큰 호남지역과 특정 성향 지지층 의사가 당에서 과대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등 험지를 위한 보정장치가 사라져 열세·전략 지역 포기, 소수 목소리의 소외 현상을 이끌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이날 비공개 당무위를 마치며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며 국민주권 시대가 열렸다. 그에 맞춰 당도 당원주권 시대를 표방하며 몇 년 동안 이 부분에 매달려왔다”며 “저는 전당대회 당시 1인 1표를 공약했고 약속을 지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대의는 이것이 시대적 조류이고 과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위에서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내년 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당장 다음 지도부부터 극성 지지층의 주장이 과대 반영될 수 있는 셈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