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尹 계엄 계획 듣고 멘붕… 국민께 죄송”

입력 2025-11-24 19:08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4일 열린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멘붕(멘털 붕괴) 상태에 빠졌었다”며 “그런 것이 정말 부끄럽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내란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말 나올 예정이다.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각종 내란 관련 재판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이 무엇이냐는 특검 측 질문에 “거의 멘붕 상태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계엄 선포 전 미리 관련 문건을 받고 이에 동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이를 만류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도 더 많은 국무위원을 모아 계엄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변호인 반대신문 과정에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국정을 총괄담당하고 있는 국무총리로서 막지 못한 데 대해 정치적인, 역사적인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저의 앞으로의 모든 인생에 큰 멍에로 알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6일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결심공판에서는 특검의 구형과 한 전 총리 측 최종변론,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내년 1월 말에는 1심 선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가 내란 관련 재판 중 첫 번째 법적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다른 내란 재판에도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같은 법원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5~6월 사이 삼청동 안가에서 열린 저녁 회식에서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지며 대권 조치를 언급했고 계엄 이야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군이) 계엄을 훈련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준비한 적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무릎까지 꿇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이와 관련해 “일개 사령관이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랬다)”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로 이번 계엄 모의 및 선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지목된 여 전 사령관은 정작 윤 전 대통령이 지시한 계엄 당일 각종 작전에 대해선 “빵점이다”고 평가했다. 정상적인 군사작전이라면 있어야 할 계획·협조 문서 없이 오로지 구두로 명령만 내려와 혼란이 컸다는 취지다. 그는 “그날 안전사고가 안 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준식 이서현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