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길 데 없어서… 서울 전월세 10건 중 4건 ‘재계약’

입력 2025-11-25 00:15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한 10·15 대책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월세 계약의 41.0%가 갱신계약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입구에 전세 매물들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10·15 대책 이후 계약이 이뤄진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40%가량이 재계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대출 규제가 강화하고 전월세값 인상도 이어지면서 이동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37일간(10월 16일~11월 21일)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2만1240건 가운데 갱신계약은 8701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계약의 41.0%다. 대책 전 37일간(9월 9일~10월 15일)의 갱신계약 비중(37.7%)보다 3.3% 포인트 높아졌다.


기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이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4개구와 10·15 대책으로 새롭게 3중 규제를 받게 된 21개구 모두 같은 기간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이 약 3% 포인트 증가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41.1%에서 44.1%, 21개구는 36.7%에서 39.8%로 각각 늘었다.

갭투자 차단을 위해 전세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의 전세 대출 이자 상환액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되고, 규제지역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한 경우 전세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 대출 규제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전월세가 너무 올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계약을 갱신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라며 “최근 종합부동산세가 통지됐으니 집값 상승으로 늘어난 보유세를 월세에 전가하는 흐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약 11만가구에서 내년에는 8만7000여가구 수준으로 약 20% 감소할 전망이다. 후분양 단지 등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물량을 감안하면 실제 입주 규모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매년 가구 분화 등으로 수요가 추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전년 대비 9.5% 오른 146만원이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가 집값의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목적은 알겠으나 월세화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비아파트의 공급도 늘릴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