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환율 소방수’되나… 활용 논의에 논란

입력 2025-11-25 00:13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등 고환율이 지속되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활용한 환율 안정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고육책이지만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의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치고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24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차 협의체’를 구성해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앞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달러 자산(미국주식·채권)을 당장 시장에 내다 파는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가능성이 거론된다. 달러 자산을 팔면 시중에 달러가 공급돼 환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중기 자산배분안’에 따라 정해진 내년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도 있다. 중기 자산배분안은 중기 경제 전망을 고려해 5년 후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세워놓은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내년 해외주식 비중을 올해 말(35.9%)보다 3% 포인트 높인 38.9%로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 자산 중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6.8%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도 해외주식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중기 자산배분을 통해 해외 비중을 높이기로 했는데 지금 와서 이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환헤지(hedge·위험회피)도 거론된다. 원·달러 환율이 미리 정한 기준보다 높아지면 보유 달러 자산을 최대 10%까지 매각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과 외환 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650억 달러 한도로 외환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거론되는 방식 모두 환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지만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원칙을 깨트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노후를 위한 자산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후 안정성을 위해 존재하는 국민연금 특성상 중장기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세종=김윤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