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찬바람과 함께 은행권 희망퇴직 시즌이 돌아왔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효율성 강화를 내세우는 은행권은 올해도 몸집 줄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다만 IT 인력은 예외다. 은행들은 논술 시험 대신 코딩 테스트를 치르고 고교 졸업자로까지 채용 문턱을 낮추는 등 관련 인력 확보에 애쓰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은행권 희망퇴직은 Sh수협은행에서 시작됐다. 지난 17일까지 입사 15년 차 이상(2급 이하 기준)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1969년생에게는 월평균 임금 28개월 치를, 1970년생에게는 34개월 치를, 1971년생에게는 37개월 치를, 그 외 직원에게는 20개월 치를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5대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나섰다. 지난 21일까지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서를 접수했다. 1969년생 직원에게는 월평균 임금 28개월 치를, 그 외 직원에게는 20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주기로 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 세부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지만 매년 말 정기적으로 신청을 받았던 만큼 조만간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매년 상·하반기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 퇴직을 시행하는데 올해는 지난 1·7월에 실시했다.
은행권 조직은 슬림화되는 중이다. 전국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4대 은행 임직원은 2023년 상반기 말 5만4141명에서 올해 상반기 말 5만2663명으로 최근 3년 새 1478명(2.7%) 사라졌다. 5대 은행으로 확대하면 NH농협은행만 이 기간 나 홀로 227명(1.7%) 증가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대면 인력 수요 감소로 전체 인력이 줄고 있다. 모바일 뱅킹을 주축으로 한 비대면 채널 이용률이 90% 선까지 상승하면서 영업점 업무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소도시 등을 중심으로 지점이 통폐합되면서 전 은행 영업점도 2019년 말 6738개에서 지난해 말 5625개로 5년 새 1113곳(16.5%) 감소했다.
반면 IT 인력 확보 경쟁은 치열하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2025년까지 IT 인력을 전체의 25%인 4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뒤 정기 공채에서 IT 부문 채용 직무를 테크·데이터·인공지능(AI)·플랫폼 개발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들은 논술 대신 코딩 시험을 치른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AI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을 신설해 IT 인력 채용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IT 특성화고 졸업자로까지 IT 인력 채용 문턱을 낮췄고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경기 의왕에 그룹 통합 IT 센터를 연 뒤 관련 인력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4대 은행의 IT 인력 비중은 적게는 4%, 많게는 9%로 한 자릿수였는데 지금은 10%까지 올라왔다”면서 “IT 인력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많이 뽑아 은행권 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