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귀연·조희대 불신 한계”… 당내 “위험한 도박” 우려

입력 2025-11-25 02:05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조희대는 사퇴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5급 이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8%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잠정 중단했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끝내 지도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배경은 임계점에 달한 지지자들의 사법부 불신이 근거다. 내란 재판의 최초 배당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와 재판 진행에 이르기까지 쌓여 온 의구심을 사법부가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도 불구하고 선출 권력 우위론을 앞세워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데 대해 법조계와 학계는 물론 당내에서마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24일 국민일보에 “결국엔 지귀연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재판에 임하는 태도와 결정이 국민적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해준 것은 물론 16회 연속 궐석재판을 허용해줬으며 2주간 휴정기를 가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으론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꼽힌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내란 재판 지정 배당 의혹이 그 예다. 여권 일각에선 나아가 내년 2월 조 대법원장이 법원 정기 인사를 통해 상급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지금 당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조 대법원장”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시점이 구속 기한 만료 이후로 연기된 점은 민주당의 불안감에 불을 댕겼다. 석방 가능성을 고려해 한발 앞서 법원에 압박성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강성 당원의 불만을 풀어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실제 추진 시엔 재판부 구성 개입 등의 지적에 관해 위헌 소지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다. 무리한 추진은 도박수에 가깝다는 시선이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피고인 측에서 위헌 심판을 제청하고 판사가 그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아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위험한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추진 시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1심 선고 이후 2심 재판이 시작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상황을 더 지켜본 다음 결정해도 될 사안이라는 취지다. 한 초선 의원은 “(전담이 아닌) 일반 재판부로 하더라도 내년 5월이나 돼야 2심이 시작될 텐데, 1심 결과를 본 뒤에도 얼마든지 입법에 나설 수 있다. 지금 조급하게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에 맡긴다 해도 위헌성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성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특정 사건을 맡을 재판부를 구성하고, 그 구성에 법원 외부 인사들이 관여하는 자체가 위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 자체적으로 재판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제시한 상태다. 내란 관련 사건 항소심을 맡게 될 서울고법은 지난 9월 전체 형사법관 간담회를 열고 3대 특검 사건을 집중 심리로 진행하는 방안을 내놨다. 무작위로 재판부를 배당하되 쟁점이 같거나 사실관계가 중복되는 사건은 몰아주는 방식이다.

법조계에선 여권의 인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학회장을 지낸 심경수 충남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헌법상 삼권분립이 상식인데 선출된 권력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내내 그런 시각으로 접근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경모 박장군 한웅희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