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017)의 독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의 장덕수 등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허성태(48·사진)가 코믹 액션 영화 ‘정보원’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24일 만난 허성태는 “홍보 일정 때문에 요즘 잘 못 잔다. 대기업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며 웃었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정보원’에서 그는 수사 실패로 강등당한 뒤 일에 대한 열정을 잃고 ‘한탕’을 꿈꾸는 형사 오남혁을 연기했다. 그가 정보원 조태봉(조복래)과 거대 범죄에 휘말리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보원’에 캐스팅된 계기는 쿠팡플레이 예능 ‘SNL 코리아 시즌2’(2022)였다. 당시 ‘코카인 댄스’를 능청스럽게 추는 반전 매력으로 화제가 됐고, 이를 본 김석 감독이 출연을 제안했다. 주연 부담감에 한 차례 고사했던 허성태는 “감독님과 대화해 보니 코믹 센스와 개그 본능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껴져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중반까지 고연봉의 대기업 직원이었다. 2011년 SBS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출연을 계기로 회사를 관두고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 결혼 6개월 차였다. 영화·드라마 수십 편에서 단역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영화 ‘밀정’(2016)으로 얼굴을 알린 뒤 여러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은 벼락처럼 찾아왔다. 허성태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중심 잡을 겨를도 없이 공황장애가 왔다. 현장에서 사지가 떨려 촬영을 접은 적도 있다. 심리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며 안정을 찾았고, 그 뒤로 더 겸손해졌다”고 털어놨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는 “회사 다닐 때 사업계획서를 많이 써봤는데 그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더라”며 “하루하루 주어진 길을 열심히 걸어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배우가 천직이다. 연기할 때 제일 행복하다. 힘이 닿는 한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