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생에게 필요한 정보는 크게 두 종류다. 자기 성적과 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리스트다. 이 두 가지만 충족되면 수험생이 불안에 떨 이유도, 학부모가 고액 사교육 컨설팅에 지갑을 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수능 성적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깜깜이’ 입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에야 제공된다. 수험생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종로학원은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전국 4년제 99개 대학의 정시 합격 정보를 분석해 24일 발표했다. 어디가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대입 정보 사이트다. 수험생이 사교육 도움 없이 대입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수능 이후 어디가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대학별 정시 합격 커트라인이다. 이 정보로 정시 합격 가능 대학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 전형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현시점에선 수시 대학별고사 참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수시에서 합격하면 정시 지원을 못하게 하는 ‘수시 납치’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디가에 정보를 공개한 99개 대학 중 81개 대학이 2025학년도 정시 합격 커트라인 공개 방식을 바꿨다. 서울대 등 9곳은 자체 환산점수만 공개했고, 연세대 등 72곳은 국어·수학·탐구 과목별 백분위 점수를 공개했다. 2024학년도 이전까지 대학들의 정시 정보 공개 기준은 국어·수학·탐구 평균 백분위 점수였다.
수험생 입장에서 판단의 토대가 무너진 셈이다. 연세대를 예로 들면 2024학년도까지는 국어·수학·탐구 평균 백분위 70% 컷을 공개했다. 100명이 합격했다면 70등 성적을 공개했다는 얘기다. 2025학년도에는 과목별 백분위 70% 컷을 내놨다. 국어 70등, 수학 70등, 탐구 70등 점수를 각각 공개한 것이다. 세 영역의 점수를 합산해서 합격자를 가리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게 해놓은 것이다. 교육계에선 대학들이 경쟁 대학과 비교되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선 작년과 올해 의대 정원이 크게 출렁인 데다 ‘사탐런’(사회탐구 쏠림) 현상이 심화됐고, 영어가 예상보다 어려워 정시 합격선 예측에 애먹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교육부는 매년 500억~600억원을 대학에 입시를 잘 운영하라고 지원하지만 팔짱만 끼고 있다.
대학만 탓할 게 아니다. 교육부도 비판받을 정보를 감춘다. 2022학년도에 도입한 통합형 수능의 선택과목별 성적 분포 정보 비공개가 대표적이다. 수학의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다. 과거 수학 점수는 문·이과를 따로 산출했지만 통합형 수능부터 함께 산출한다. 확률과 통계는 문과, 미적분·기하는 이과가 주로 선택한다. 문·이과 성적 분포는 대학 지원 시 중요한 정보지만 5년째 비공개다. 입시 업계는 1등급의 90%가 미적분 혹은 기하 선택자라고 본다. 교육부가 통합형 수능에서 과목 선택의 유불리는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가 예상이 빗나가자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