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제기하면 “정답 이상 없음” 세 단어 일축

입력 2025-11-25 00:04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행정은 매우 권위적이다. 수험생들이 출제 문항에 의문을 품고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면 설명 없이 일축해버리기 일쑤다. 과거 교육과정 밖 출제가 논란이 된 뒤 문항별로 고교 교육과정 근거를 제시키로 했지만 교육부와 평가원의 편의에 맞춰져 ‘눈 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 나온다.

2025학년도 수능에서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된 문항은 국어 영역 ‘언어와 매체’ 44번이었다. 학생회에서 제작한 팸플릿과 학생회 학생들의 대화 지문을 제시하고 적절치 않은 선지를 고르는 문항이었다. 평가원은 정답으로 ‘①각 행사별 진행 절차를 순서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를 제시했지만, 수험생들은 행사 진행 일정이 화살표로 나와 있기 때문에 ①번도 정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관련 답변자료’를 통해 ‘정답에 이상이 없음’ 세 단어로 일축해버렸다. 다른 설명은 없었다. 수험생 입장에서 대응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EBS 해설이나 학교 교사, 학원 강사에게 설명을 듣거나 이마저도 납득이 되지 않으면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 입시 전문가는 24일 “교육 당국이 의문을 갖는 수험생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은커녕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다”며 “문항별로 출제 당국이 친절한 해설을 내놓는다면 사교육 강사에 의존하는 상황도 줄일 수 있는데 ‘무결점 수능’ 타이틀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9학년도부터 수능이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수능이 종료된 뒤 ‘교육과정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논란을 일으키자 내놓은 해법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어디서 배운 개념을 묻는 문제인지, 무엇을 평가하려는지 알 수 있도록 설명해 교육과정 밖 출제 논란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지난해 국어 44번에 대해 평가원이 내놓은 교육과정 근거는 ‘의사소통의 매개체로서 매체의 유형과 특성을 이해한다’는 한 줄뿐이다. 교육부가 예고한 대로 어디서 배웠고 무엇을 묻는 것인지 설명은 없다. 다른 수능 문항들도 길어야 두 줄이다. 킬러문항 비판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면피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항에 대한 상세한 해설은 출제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정답을 찾는 과정을 획일화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