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0.9%, 내년 1.8%로 제시했다.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올 하반기 민간소비가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 다만 관세 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가능성과 인공지능(AI) 수요 둔화에 따른 반도체 부진의 위험도 함께 경고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으로 진입해 내년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정책 효과와 개선된 소비심리 효과 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은 유가 하락 등으로 올해 2.0%, 내년 1.8%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올해 4.8%에서 내년 3.9%로 줄고, 정부부채 비율은 48.2%에서 51.5%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 여력을 감안할 때 완화적 통화·재정 정책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입 확충 및 지출 효율화 노력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AI 도입,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의 구조개혁 노력도 강조했다. IMF는 “잠재성장률이 회복된 후에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재정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특정 품목 및 지역에 편중된 수출 구조의 변화 필요성도 시사했다. IMF는 “한국 수출의 70%가 전자·기계·자동차 등에 편중돼 있고 대상 국가도 미국, 중국, 아세안에 의존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 투자와 서비스 수출 확대, 무역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산업연구원도 이날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한국 수출이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내년에는 6971억 달러 수준으로 다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AI 수요 확대로 내년 반도체 수출은 4.7% 증가하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을 겪는 정유(-16.3%), 철강(-5.0%), 석유화학(-2.0%) 등은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은 내수 회복에 힘입어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반도체 의존성이 많이 강화됐고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길게 봤을 때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