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초대교회(구재원 목사) 2층 초대구름작은도서관에서 23일 주일예배 후 심폐소생술 교육이 열렸다. 책장 사이로 매트가 깔리고 현직 보건교사인 교인이 강사로 나섰다. 교인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교육에 참여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었다. 일상적인 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모습은 초대구름작은도서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2014년 문을 연 초대구름작은도서관은 5000권 넘는 장서를 갖춘 강동구 등록 사립 도서관이다. ‘책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우리 동네 사랑방’을 표방한다. 통기타 입문반, 영어회화 교실, 손글씨 수업, 독서·탁구 동아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일예배가 있는 일요일에도 도서관은 멈춤 없이 운영된다. 대신 월요일이 휴관일이다. 주일에는 예배와 교회학교 프로그램을 도서관 강좌와 통합해 운영한다.
구재원 목사는 24일 초대구름작은도서관에서 ‘교회와 도서관 세미나 2.0’을 열고 작은도서관이 오늘의 목회 환경에서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작은도서관을 ‘교회와 동네를 잇는 마을 플랫폼’으로 규정한다. 구 목사의 말이다.
“교회 이름으로 행사를 열면 주민들이 머뭇거리지만 같은 공간에서 도서관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거리감이 훨씬 줄어듭니다. 책을 매개로 세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그 안에서 교육·돌봄·관계·문화가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구 목사에게 도서관은 성도와 이웃의 재능이 꽃피는 공간이다. 그는 작은도서관의 이런 특징이 주일학교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다음세대를 일으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도지를 나눠줘도 잘 받지 않는 시대입니다. 교문 앞에서 간식을 나눠주면 부모가 오히려 불편해합니다. 그런데 도서관 프로그램은 다릅니다. 아이들은 배우러 오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맡깁니다. 이 흐름을 붙잡아야 합니다.”
초대구름작은도서관의 강좌 상당수는 교인들의 재능에서 출발한다. 한국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한 청년이 역사 강좌를 맡고, 교회 드럼 연주자가 드럼 교육을 진행한다. 구 목사는 “교회 안에는 특기와 자격이 분명한 분들이 많다”며 “이분들을 강사로 세우면 달란트를 활용할 수 있고 이들도 존중받으며 사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등록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활용도 중요한 요소다. 도서관 사업으로 공적 예산을 지원받으면 강사비를 교회 재정이 아닌 지자체 예산으로 지급할 수 있어 작은 교회도 운영 가능하다.
지역사회 활동은 도서관의 존재감을 더 넓힌다. 초대구름작은도서관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 모금, 희망나눔 콘서트, 시(詩) 읽기 모임, 마을 밴드, 탁구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 관계망을 확장해 왔다. 구 목사는 “33㎡(10평) 남짓한 공간이어도 된다”며 “중요한 것은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공간이 지역을 향해 열려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