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직 강성 지지층만 보겠다는 여야의 ‘외눈박이 정치’

입력 2025-11-25 01:30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중론을 유리하게 모으는 작업인 정치에서 이슈의 작명은 종종 본질을 가리는 데 악용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를 추진하다 사법권 침해란 비판이 거세자 ‘내란전담재판부’로 이름을 바꾸고, 공직 사찰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헌법존중 TF’란 생뚱맞은 네이밍을 꺼낸 것도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밀어붙여 24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역시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 투표에서 너무도 당연한 ‘1인 1표’를 이름에 넣어 정당 민주주의의 완성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데, 민주주의를 누구보다 부르짖은 김대중 총재부터 이재명 대표까지 이걸 잘 몰라서 1인 1표를 안 했을까?

정당은 아주 느슨한 결사체다. 가입 문턱이 월 1000~2000원밖에 안 되고, 언제든 탈당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특정 지역·계층·진영에 쏠려 있다.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해 정책을 만들고 관철해야 하는 정당, 특히 다당제가 유명무실한 한국의 주요 정당이 그 사명을 다하려면 민심의 극히 일부인 적극 참여 당원의 목소리에만 기댈 수 없었다. 그래서 당내 국회의원 의견에 더 비중을 두고, 기반이 취약한 지역·계층의 민심도 들으려 대의원 표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온 것이다. 이런 배경을 무시한 일률적 1인 1표는 강성 지지층, 즉 ‘개딸’ 당원의 취향에 맞춰 정치를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당원 여론조사에서 1인 1표 찬성률이 90%를 기록했지만, 그 응답률이 20%도 안 됐다는 사실은 향후 민주당 의사결정이 특정 세력에 더욱 휘둘릴 것임을 예고했다.

제법 큰 당내 반발에도 정 대표가 이를 밀어붙이는 건 대표직 연임 등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겠지만, 강성 지지층만 챙겨도 중도층이나 온건 지지층을 야당에 뺏길 일은 없다는 인식이 배경에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편협함을 공략하기는커녕 오히려 따라하고 있다. 국힘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은 당내 후보 경선에서 그동안 50%였던 당원 여론조사 반영률을 70%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낮춰 당심(黨心), 즉 적극 지지층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이 국민을 아우르는 대신 내 편의 특정 세력에 매몰되고, 외연 확장을 통해 그 얄팍한 계산의 허점을 드러내야 할 야당이 거꾸로 벤치마킹하듯 같은 길을 택하면서, 정치는 갈수록 ‘외눈박이’가 돼가고 있다. 이런 정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