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을까. 교회는 ‘열린 예배’를 추구하지만 교회 밖에서 자란 청년들에게 예배 현장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게 사실이다. 국민일보는 최근 주일을 맞아 교회 경험이 거의 없는 두 청년과 함께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찾았다. 교회 공동체의 환대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처음 교회에 온 이들에게 예배가 어떤 감정과 질문을 남기는지 살펴봤다.
예배 시작 전부터 어색함은 피할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 예배 동선, 안내 체계 등은 신앙인에겐 자연스러우나 비신앙인에게는 장벽처럼 다가왔다. 예배를 마친 청년들은 “복음의 본질은 매력적이었지만 교회는 여전히 폐쇄적으로 다가왔다”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동행자는 이건혁(가명·28)씨. 건혁씨는 어린 시절 사찰을 더 편하게 느꼈고, 고등학생 시절 친구를 따라갔던 교회 주최 운동회 경험이 전부였다. 그는 미디어에서 접한 ‘광화문 태극기부대 이미지’ 때문에 교회가 멀게 느껴졌다고 했다.
도로 사정으로 예배 시간에 늦게 도착한 건혁씨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교회 주변을 10분 넘게 맴돌았다. 계단 위에 놓인 ‘인원 초과’ 표시 앞에 멈춰 서야 했다. ‘다른 예배당으로 이동하라’는 문구를 봤으나 어디가 다른 예배당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건혁씨는 “슬라이딩 도어와 커튼을 지나쳤을 때 마주한 안내봉사자의 표정도 환영하는 느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예배 시간엔 더 높은 장벽이 느껴졌다. 처음 듣는 찬양, 손을 들고 기도하는 사람들, 고개를 숙이는 타이밍, 모두가 동시에 ‘아멘’ 하는 모습까지 초심자에게는 암묵적 규칙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마음이 움직인 장면도 있었다. 새로 출석한 아기를 위해 온 교회가 함께 기도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 장면만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동체의 온기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두 번째 동행자인 이원동(가명·29)씨는 미션스쿨을 다녔지만 신앙이 없다고 했다. 교회에 도착하자마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원동씨는 “이곳이 수천명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안내봉사자들이 예배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함께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전문성과 신앙심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밝혔다.
미션스쿨 채플을 경험했음에도 설교 언어는 또 다른 벽이었다. ‘권면’ ‘언약’ ‘신실함’ 등은 일상에서 거의 접하지 못한 단어였다. 원동씨는 “교회 언어가 하나의 장벽처럼 느껴졌다”며 “설교 후반 우상숭배를 언급할 때 ‘쫓아내다’ ‘파멸’ ‘올무’ 같은 단어들은 배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동씨도 예배 중 아기 이름을 부르며 축복하는 장면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그는 “아이를 위해 전 교인과 목회자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져 따뜻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비신자와 초행자가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도록 환대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석재 서울신대 교수는 24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예배 형식, 언어, 안내 체계까지 모두 내부 교인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며 “의자 하나, 말투 하나까지 비신자와 소통 가능한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문을 잠그거나 낯선 용어를 남발하는 순간, 초심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교수는 지리학자 이푸 투안의 저서 ‘공간과 장소’를 언급하며 “공간이 경험과 관계를 담으면 의미 있는 장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공간에 머물지 말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사랑방과 같은 제3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더 캠프’는 예배 공간을 열어 젊은 음악가들이 공연하고 함께 머물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만들었고, 켄터키주 ‘더 테이블’은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라는 방식으로 식탁을 나누며 저소득층과 관계를 형성하는 교회로 유명하다.
전 교수는 “한국 기독교 140년 전통 아래 익숙함만 고수하면 변화는 없다”며 “신뢰와 공감이 쌓일 때 메시지가 전달되고, 초심자가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