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칼국수의 배신

입력 2025-11-25 00:40

“가볍게 국수나 한 그릇 할까?”

서민들의 가벼운 한 끼를 책임졌던 칼국수.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던 이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면 요리 가격이 급격히 치솟는 ‘면플레이션’(면과 인플레이션 합성어)의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의 평균 가격은 작년 12월보다 3.44% 올랐다. 칼국수는 같은 기간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1%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칼국수 가격은 10년 전인 2015년 10월 6545원에서 50.44%나 치솟았다. 서민이 즐겨 찾는 메뉴인 칼국수는 최근 평균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고, 명동교자 등 유명한 식당에선 이미 한 그릇에 1만1000원을 받고 있다.

칼국수 가격 오름세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밀가루 값이 급격히 오른 것의 영향을 받았다. 칼국수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2021년 12월 108.47에서 2022년 12월 138.17로 뛰었다. 이 지수는 2023년 12월 137.59, 지난해 12월 137.43, 지난달 135.33 등으로 13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식 물가는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전기·가스비 등 에너지 비용, 수입 원재료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상승까지 복합적 요인으로 상승한다. 칼국수 등 상승 폭 상위 품목의 경우는 수작업이 필요한 품목으로 인건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는 한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과 품질이 동반돼야 한다. 단순히 ‘재료비가 올라서’라는 변명만 늘어놓아서는 곤란하다.

칼국수는 호주머니가 가벼울 때도 부담 없이 배를 채워준 위로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귀한 몸’이 됐다. 서민의 배고픔과 마음을 달래주던 그 따뜻했던 국수 한 그릇이 그리워진다. 가격표가 무거워진 만큼, 식당을 나오는 손님들의 마음마저 무거워지는 계절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