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노후 자산을 환율 방어에 섣불리 동원하면 안 된다

입력 2025-11-25 01:10
원/달러 환율이 1.5원 오른 1,477.1원으로 집계된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사설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하겠다는 것인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떨어질 기미가 없자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 소방수로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자칫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할 경우 국민 노후자산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투입하려는 건 보유 기금 1322조원의 60%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큰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초 환율이 환헤지 발동기준인 1451원을 웃돌자 해외투자액(약 5000억 달러)의 10%를 한도로 하는 전략적 환헤지에 나섰고, 환율은 1380원대까지 안정됐다. 현재 국민연금 국내 투자 비중은 상한선 14.9%를 훌쩍 넘긴 18%에 근접해 여력이 없다. 또 해외투자를 줄여도 국내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750억 달러 규모까지 한은에서 달러를 빌린 뒤 나중에 갚는 스와프 방식을 유력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환헤지 비중을 늘리면 중장기 수익률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더 까다로운 변수는 미국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환율 보고서에서 연기금을 활용한 교역 상대국의 환율 평가절하 가능성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만큼 자칫 환율 조작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고환율은 단기처방으론 해결이 힘든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속에 기업의 대미 투자에 서학개미의 주식투자는 물론 매년 200억 달러를 미국에 납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 환율 방어에 연금을 동원하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클 우려가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의 비상금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산이다. 정부는 시장 신뢰를 흔들지 않는 근본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