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합리적 거래

입력 2025-11-25 03:03

우리 동네에는 유별나게 싸게 파는 정육점이 있다. 그런데 고객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원하는 고기의 부위와 필요한 양을 100g 단위로 주문해야 한다. 고객에게 불필요하게 비싼 고기를 많이 팔지 않는 ‘합리적 거래’가 이 정육점의 특징이다. 지난 주말에 나는 간 돼지고기 200g을 주문했다. 내가 부위를 망설이자 사장님은 가장 싼 부위로 갈아주었다. 간 고기는 맛이 비슷해 가장 싼 부위로 갈았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 고기를 넣어 만든 음식이 맛있었다. 사장님의 ‘합리적 거래’는 고객 위주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고기를 최대한 싸게 팔아서 그런지 오래된 단골손님이 많다고 했다.

오랜 믿음의 선배들이 생각났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상인들에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정의로운 가격’을 요구했다. 마르틴 루터는 이웃에게 상처 주지 않는 올바르고 적정한 거래를 설교했다. 두 명의 미국 퀘이커 상인들은 소비자들을 탐욕스러운 상인들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지금의 가격정찰제를 처음 창안했다. 믿음의 선배들은 ‘상거래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섬기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실천했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