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미국 첫 시즌을 마쳤다,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력 2025-11-24 01:38
LAFC의 손흥민이 23일 캐나다 밴쿠버 BC 팰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2025 MLS컵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멀티골을 기록하며 분전했으나 팀이 패하면서 MLS컵 도전은 좌절됐다. AP연합뉴스

손흥민(LAFC)의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컵 우승 도전이 막을 내렸다. 집념의 만회골에 이어 프리킥 동점골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지만, 승부차기 실축으로 결국 고개를 숙였다.

LAFC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 팰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2025 MLS컵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3대 4로 패했다. LAFC는 후반 손흥민의 멀티골로 2-2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양팀 모두 균형을 깨지 못하면서 승부차기에서 희비가 갈렸다.

경기 초반은 밴쿠버가 주도했다. LAFC는 경기 흐름을 내준 채 끌려갔다. 역습 한 방을 노렸지만 최전방에 나선 손흥민과 데니스 부앙가에게 가는 패스가 틀어막혔다. LAFC는 전반 내내 단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전반 39분과 추가시간에 잇따라 두 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후반 들어 분위기를 바꾼 것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15분 손흥민은 세 차례 연속 슈팅 끝에 만회골을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앤드루 모런이 헤딩으로 떨궈준 공을 오른발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 막혔고, 이어진 슈팅은 수비진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하지만 손흥민은 포기하지 않았고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5분, 손흥민의 발끝이 다시 한번 빛났다. 손흥민은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섰다.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은 수비벽을 넘어 골문 왼쪽 위에 꽂혔다. 지난 14일 볼리비아전에서 기록한 프리킥 골과 비슷한 궤적이었다.

다만 연장전에서 LAFC는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좀처럼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밴쿠버는 후반 추가시간 트리스탄 블랙만이 퇴장당하고, 연장 후반에는 베랄 할부니가 부상으로 빠지며 9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선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손흥민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이후 3번 키커로 나선 델가도의 슈팅마저 골문을 벗어나면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단판 승부인 만큼 이날 패배로 손흥민의 MLS 첫 시즌도 마침표를 찍었다.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의 맞대결은 다음 시즌 개막전으로 미뤄졌다. 지난 8월 LAFC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이날 멀티골까지 더해 시즌 13경기에서 12골 4도움을 기록했다.

첫해부터 우승 욕심을 드러내 온 손흥민은 경기 뒤 “연장전 막판에 근육 경련이 있었다.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며 “트로피를 들기 위해 여기 왔다. 오늘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모든 대회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