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최후의 카드”

입력 2025-11-24 00:18
사진=연합뉴스

주병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최후의 카드’로 규정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및 재계 등에서 규제 완화에 우호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규제부처 수장이 입장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첨단 전략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지배력 확장·경제력 집중 문제 등이 상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산분리는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거나 산업 부실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금지한 규제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국내 금융·보험사 주식 소유를 금지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만나 대규모 재원 조달을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국회에서 규제 완화를 건의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주 위원장은 “첨단 전략산업 투자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면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금산분리에 대해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우리나라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벤처캐피탈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 그걸 하는 데 금산분리 원칙이 허들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투자 확대를 위해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율 의무 보유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춰줘야 한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주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공정위가 특정 기업에 집중해 규제 완화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기업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투자회사를 만들어 이미 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고했다. 주 위원장은 “과징금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법률 개정도 검토 중”이라며 “대·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는 보다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상장 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공정위는 중소 하도급업체가 제때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대금 지급 안정성 강화 종합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10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건설 하도급 거래에 대해 지급보증을 의무화한다. 지급보증제도는 원사업자가 부도·파산해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이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갑이 을에게 지급보증서를 반드시 주도록 하는 내용도 하도급법에 명문화한다. 갑의 자금 유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공공 하도급 거래(건설·용역 등)와 민간 건설 하도급 거래에서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