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창구가 조만간 닫힐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주택 시장 수요를 억제하겠다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제의 한도를 줄인 여파다. 다음 달로 예정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 등에도 수도권 집값 진정세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가계대출 총량 관리제는 내년에도 빠듯하게 운영될 공산이 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가계대출 증가분은 7조8953억원이다. 올해 목표 증가액(5조9493억원) 대비 33% 더 많다. 이는 올해 목표치가 낮아진 결과다. 목표치는 금융 당국이 6·2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당시 ‘하반기 목표치를 올해 초 설정한 것의 절반으로 깎으라’고 요구한 데 따라 축소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대부분이 하반기 목표치가 갑자기 줄어들 줄 모르고 상반기에 많은 가계대출을 내줬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4대 은행은 올해 말까지 한 달여가 남았지만 대출 창구를 속속 닫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4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 구매용 담보대출의 대면 접수를 중단한다. 비대면 채널은 지난 22일 중단했다. 다른 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넘어오는 주담대를 비롯해 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 대환과 비대면 신용대출도 같은 날 중단됐다.
하나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막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접수 중단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11~12월은 이사 수요가 적어 가계대출 비수기로 꼽히지만 4대 은행 중 2곳이 접수를 중단한 만큼 남은 2곳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비슷한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이달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NH농협을 포함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20일 2조6519억원 증가했다. 이미 10월 한 달 증가분(2조5270억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1326억원으로 6·27 대책 효과가 반영됐던 지난 7월(1335억원) 이후 가장 많다.
이달 1~20일 주담대는 1조1062억원 증가해 증가 폭이 전월(1조6613억원) 대비 작지만 신용대출이 1조3843억원 늘었다.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았는데도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빚투(빚내 투자하는 것) 열풍이 불 정도로 주식 시장이 뜨거워 신용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