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범죄수익 환수 여부가 논란인 가운데 검찰이 관련 실무연구서에 철저한 환수를 통해 범죄수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재범 방지’와 ‘회복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몰수·추징은 피해자가 없는 경우에 한해 국가가 대신하는 것이라는 법무부 논리와 상충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실무연구서 작성에는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관여한 박철우(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범죄수익환수 실무연구’는 ‘범죄피해재산은 원칙적으로 환부 또는 교부의 대상으로 몰수나 추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환수를 가능토록 한 특례조항을 넓게 해석해 적극적으로 범죄피해재산 몰수·추징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는 ‘피해자가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는데, 검찰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61쪽 분량의 이 실무연구서는 2018년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가 이듬해인 2019년 작성한 것이다. 당시 범죄수익환수부 초대 부장검사가 박 지검장이었다.
실무연구서가 강조한 이 지점은 대장동 1심 재판부 역시 짚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피고인들과 성남시, 이재명, 정진상 등을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현재까지 1심 변론기일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인 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심히 곤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실무연구서와 1심 판결문이 동시에 지적하고 있는 이 논점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 이후 법무부에서 내놓은 입장과 상충한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몰수나 추징은 피해자가 없는 경우에 국가가 대신하는 것”이라며 항소 포기에 따른 범죄수익 환수 불능 비판을 역으로 반박한 바 있다. 사건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권리구제에 나선 만큼 원칙적으로 국가가 몰수·추징에 나설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실무연구서는 이번 대장동 사태처럼 검찰이 몰수·추징 구형을 했지만 선고에서는 빠진 경우 항소를 제기해 다툴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무연구서는 ‘몰수 선고가 누락된 사건에서 검사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되므로 항소심에서 새로이 몰수를 선고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내에서는 일찍이 검찰의 적극적인 범죄수익 환수를 주장했던 박 지검장이 이번 항소 포기 사태에서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박 지검장은 이번 항소 포기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검 반부패부장으로서 항소 제기 의견을 낸 수사·공판팀에 재검토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지검장은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수사·공판팀은 이를 대검 수뇌부의 항소 불허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한 검찰 간부는 “범죄수익환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 지검장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선 왜 이유도 설명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