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의 차량 돌진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경찰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140여명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지급해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시범운영한 결과 오조작 의심이 총 71건 발생했다고 23일 밝혔다. 전·후진 시속 15㎞ 이하 주행 중 가속페달을 액셀 포지션 센서(APS)값 기준 80% 이상 밟거나, 주행 중 급가속으로 4500rpm(분당 엔진 회전수)에 도달한 경우를 의심 건수에 포함했다.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운전자의 평소 운전 습관을 먼저 파악한 뒤 이 같은 페달 오조작 의심 사례를 선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지장치로 비정상적인 가속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실제로 페달 오조작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지난 13일 경기도 부천 제일시장에서 60대 트럭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아 상가로 돌진해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인천 부평에서도 지난 18일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30대 여성과 2살 딸이 크게 다쳤다.
이에 따라 고령자 등 고위험 운전자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은 정부 지원으로 이미 고령 운전자의 90% 이상이 해당 장치를 장착해 최근 65세 이상 교통사고가 45%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고령자 등 고위험 운전자들이 특정 상황에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면허제’의 조건 중 하나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치 보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안전한 장치 개발과 보급을 위해 애프터마켓(부속품) 관련 중소기업과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구성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029년부터 제작·수입되는 승용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관련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러나 대상이 신차에 국한됐고, 시행 시기까지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최소 2040년은 돼야 유의미한 규모로 장치가 보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아직 안전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임의설치를 금지하는 자동차관리법 35조2항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이번 경찰청의 보급 사업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뒤에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부터 고령 운전자 730명을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2차 보급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민아 차민주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