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해안에서 승객 267명을 태운 여객선을 의무 소홀로 좌초시킨 선장에게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23일 퀸제누비아2호 60대 선장 A씨에 대해 중과실치상·선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협수로(좁은 수로) 등 위험구간 진입 시 선장이 직접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조타실을 비우고 선장실에 있으면서 선박 조종 지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해경은 퀸제누비아2호 40대 일등항해사 B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40대 C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 인멸과 도주가 우려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자동항법장치로 운항을 하며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제때 조종(조타)을 하지 않아 여객선을 좌초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협수로에선 반드시 수동운항으로 전환해 사고 지점인 족도와 1600m 떨어진 해상에서 변침(방향 전환)해야 하는데도 자동으로 운항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B씨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느라 자동항법장치로 운항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다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항해 데이터 기록장치(VDR) 분석 결과 B씨는 좌초 약 13초 전에야 항로 앞 족도를 인지하고 음성으로 조타수에게 (방향타) 타각 변경을 지시했다.
해경은 B씨가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려 사고 위험을 뒤늦게 인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항법장치 목적지 역시 족도로 설정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타수 C씨는 조타기 옆에 있었지만 전방 견시는 1등 항해사의 업무라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B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이 자리를 빌어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며 “임산부께 더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혐의에 대해 인정한다”고 답했다.
해경은 또 선원 7명을 상대로 평소 여객선 내 당직 근무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제주를 출항해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밤 8시16분쯤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를 정면으로 충돌해 뱃머리가 15도 이상 기울어진채 좌초됐다. 이 사고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 중 임산부를 포함해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