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매도 전세도 뜀박질, 한 달 만에 약발 잃은 10·15 대책

입력 2025-11-24 01:20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이 한 달 만에 약발이 다한 모양새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규제지역으로 묶어 ‘부동산 계엄령’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발표 4주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됐다. 0.50%에서 0.17%까지 둔화되다 지난주 0.20%로 올라섰다(한국부동산원). 전셋값은 한술 더 떠 매매 상승세의 2배 이상 뛰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거래가 많지 않아 정책 실패로 속단하긴 이르지만 시장의 반응이 심상찮은 건 분명하다.

현 정부 부동산 대책 이후의 흐름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고 있다. 수도권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억제한 ‘6·27 대책’과 10·15 대책은 모두 전문가들로부터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발표 후 각각 6주, 4주 만에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커짐에 따라 체면을 구겼다. 유사한 정책 기조를 보였던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이 발표 후 2~3달가량은 효과를 본 것과 비교해도 약발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대책의 강도만큼 시장의 내성도 비례해졌다는 얘기다.

시장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전세를 끼고 사든 어떻든 내집 마련을 위한 노력을 투기로만 규정해 정부가 통제식 대응을 고집하면 시장 안정은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는 서민의 주거사다리인 전세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게 문제다. 갭투자 원천 차단 등 각종 규제책은 전세 매물 급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연초보다 20%가량 줄었다. 이에 10·15 대책 시행 전후 한 달을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시행 전보다 2.8% 뛰어 아파트값 상승률(1.2%)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집토스 발표).

결국은 지속적인 공급 메시지를 통해 수요자의 구매 심리를 다독여야 하지만 정부는 이에 소홀했다. 공급으로 포장한 9·7 대책의 경우 발표 당일부터 집값 급등세가 나타나 빈축을 샀다. 수요자들은 관심 있는 지역에 양질의 민간주택을 기대했는데 구체적인 공급 지역도 빠진 채 빚투성이의 LH가 주도하는 공공 공급에 방점을 찍었다. 번듯한 내집 장만이 어려워질 거란 시그널만 줬다. 뒤늦게 대통령실이 ‘필사적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연내 추가 공급 대책을 예고해도 시장이 이를 믿지 못하는 이유다. 지금 정부에게 중요한 건 대책의 강도 여부가 아니다. ‘공공 공급=친서민, 민간 공급=불로소득 확대’라는 이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 시장친화적 대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그나마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위한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한 건 다행이다. 시장 신뢰의 출발점으로 삼길 바란다. 유동성 급증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