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두개골 깰 수도”… 휴머노이드 오작동 리스크 부상

입력 2025-11-24 02:07

최근 가장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중 하나인 ‘피겨AI’가 로봇의 치명적인 오작동 문제를 지적한 직원을 해고했다가 소송전에 휘말렸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로봇 오작동 사고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피겨AI 안전 책임자로 일했던 엔지니어 로버트 그룬델은 전날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피겨AI 로봇이) 인간의 두개골을 골절시킬 만큼 강력하다”면서 회사 측이 이 같은 위험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룬델의 변호인단은 “그룬델이 브렛 애드콕 피겨AI 최고경영자(CEO)와 수석 엔지니어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문서화된 안전 문제를 제기한 지 며칠 만인 지난 9월 해고됐다”고 밝혔다. 로봇 오작동으로 강철 냉장고 문에 약 0.6㎝ 깊이의 흠집을 낸 사례 등 로봇의 잠재적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오히려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룬델 측은 또 피겨AI가 투자자들에게 밝힌 제품 안전 계획이 투자 유치 마감 직후 폐기됐다며 “이는 사기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겨AI 측 대변인은 “그룬델이 저조한 업무 성과로 해고된 것”이라며 그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앞서 중국에서도 휴머노이드가 오작동해 폭력성을 보인 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지난 5월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크레인에 매달린 로봇을 작동시키자 로봇이 두 팔과 다리를 마구 휘둘러 컴퓨터 모니터 등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연구원이 놀라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월에는 중국 톈진 춘제(중국 설) 행사에서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H1’이 악수를 청하는 관람객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돌진하는 일도 발생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억8000만 달러(약 5조원)에서 2032년 660억 달러(약 97조원)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마주하는 일상 공간에 투입되는 상황에서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국내 제조업 현장에서도 로봇 관련 재해 사망사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6건, 지난해 3건, 올해 11월 기준 3건의 산업용 로봇 사망사고(끼임·부딪힘 등)가 발생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성 문제는 예기치 못한 제어 오류, 센서 신뢰성 저하, 자율이동·의사결정 알고리즘의 한계, 인간·로봇 상호작용 과정에서의 다양한 위협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전통적 하드웨어 관점의 고장 모드 분석(FMEA)과 시스템적 관점의 사고 시나리오 분석(STPA)을 결합하고 추가적으로 AI 특유의 위험요인을 예측하는 체계적인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