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한 美 보란듯… G20 첫날 이례적 ‘남아공 정상선언’ 채택

입력 2025-11-23 18:48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날부터 무역 다자주의를 담은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G20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매년 둘째날 폐막에 앞서 정상선언을 채택하던 G20 정상회의 관례로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개막식에 이어 세션1 회의를 시작하며 “압도적인 합의와 동의가 이뤄졌다”며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들은 이번 선언에서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미국 의장국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공표했다. 또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표현도 선언에 담겼다.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대응,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가혹한 수준의 부채 상환 부담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꺼리는 이슈도 언급됐다.

미국은 남아공이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불참했다.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 2개 지역 기구로 구성된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중국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23일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 미국에 의장직을 이양하는 행사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장직 인계를 위해 미국이 제안한 남아공 주재 미국 대사대리의 회의 참석을 남아공 대통령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핀 피리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AP통신에 “대통령이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의장)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임을 미 정부에 전달했다”며 “일요일 이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