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조선소 가동률이 10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선박 발주량이 주춤한 글로벌 시장 분위기와 달리 이미 3년 치 물량을 확보한 3사는 계속해 ‘풀가동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 설비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각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부문 가동률은 105.5%를 나타냈다. 한화오션은 101.1%, 삼성중공업의 조선 부문 가동률은 112%이었다. 가동률은 기업이 보유한 생산 능력 대비 실제 생산한 물량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평균 가동률이 100%를 넘는다는 건 휴일 근무나 야간 조업 등 추가 근무를 통해 시설을 운영했다는 의미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의 중국 견제 효과와 친환경·고부가가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수주잔고가 79조8905억원을 기록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8조9044억원, 26조7300억원에 이른다. 3사 수주잔고를 합치면 총 135조4439억원에 이른다.
조선업계는 당분간 이런 ‘독(dock) 포화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전체 선박 발주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차세대 핵추진잠수함 등 방산·특수선 시장의 문도 열릴 수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은 생산 능력 확대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설비 신설·매입에 총 944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올 4분기에만 719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부유식 독과 6500t급 초대형 해상 크레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내년도 투자금액을 4300억원으로 책정했다.
생산 자동화 등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특히 데이터, 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결합한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해 미 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와 협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AI·로봇·데이터를 결합한 ‘지능형 스마트 야드’ 구축에 집중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최근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조선용 로봇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