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뺨에 붉은 반점이… “흔한 양성 종양, 너무 걱정 마세요”

입력 2025-11-25 02:01
박미림 국림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장이 컴퓨터 화면에 띄운 영아 혈관종 아기의 얼굴 반점을 가리키며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혹시 평생 흉터가 남지 않을까요?” “위험한 종양은 아닌가요?”

갓 태어난 아기의 뺨에 붉은 반점을 발견한 엄마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병원을 찾아서 던지는 질문들이다. 더구나 아이가 자라면서 반점이 점차 커지고 색깔도 짙어지면 걱정은 더해진다. ‘영아 혈관종’으로 불리는 이 질환에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치료를 해야 할지, 필요하다면 언제 하는 게 좋을지다. 박미림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센터장은 24일 “영아 혈관종은 암은 아니며 대부분은 통증 없이 생후 6개월~1년까지 커지다가 이후 수년간 계속 줄어 저절로 없어진다”면서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경계했다. 이어 “다만 얼굴이나 주요 부위에 생긴 경우 심리·미용·기능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센터장에게 영아 혈관종과 치료 시기 등에 대해 들어봤다.

-어떤 질환인가.

“영유아기의 가장 흔한 양성 혈관 종양으로, 피부나 그 아래 조직에 붉은 혹처럼 나타난다.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아 시기 혈관 형성 과정에 특정 혈관 내피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신생아의 약 3~5%에서 발생하고 미숙아나 저체중아에서는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 백인 보다 동양인에서 좀 더 흔하다. 한국 소아에서는 발생률이 4% 안팎으로 보고된다.”

-왜 영아 혈관종이라 불리나.

“대부분 생후 1~2개월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며칠 후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출생 초기 발견되고 커지기 시작하며 생후 6~12개월에 가장 빠르게 자란다. 몇 주 사이에 1~3㎝ 혹은 그 이상 커질 수 있다. 드물게 10㎝ 넘게 커지기도 한다. 생후 1년 이후엔 서서히 작아지며 70% 이상에서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자연적으로 좋아진다. 2세 이후 발생하는 경우는 다른 혈관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모든 혈관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10~15%에서 흉터 혹은 피부 너덜해짐 등이 남을 수 있다. 반점이 크거나 빠르게 자라거나 피부가 많이 늘어났거나 궤양이 생긴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주로 어디 부위에 생기나.

“얼굴, 두피, 목, 몸통, 팔·다리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엔 희미한 핑크빛 반점으로 발견돼 점차 커지기도 하고 발견 못하다가 빨간 반점으로 혹은 융기된 병변으로 눈에 띌 수 있다. 여러 개의 혈관종이 있을 경우 초음파 등을 통해 내부 장기를 확인해야 한다. 내부 장기 중엔 간에서 가장 흔하며 증상은 없다.”

-위험하진 않나.

“대부분은 위험하지 않다. 다만 문제는 어디에 생겼는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다. 눈 주변에 발생 시 시력 발달을 방해할 수 있고 입 주변에 있으면 수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도에 발생하면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기저귀 닿는 부위에 생기면 마찰 때문에 궤양이나 통증, 출혈, 감염 등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얼굴에 있으면 미용적 문제가 따른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과거에는 그냥 지켜보거나 의사 판단에 따라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기도 했다. 최근엔 먹는 형태의 베타 차단제(프로프라놀롤)의 도입으로 치료 성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아기들이 먹기 좋은 액상 형태로도 국내 출시돼 있다. 혈관 수축, 혈관 내피세포 증식 억제 등의 작용을 하며 90% 이상에서 크기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궤양·출혈이 동반되거나 급격히 커지거나 신체 기능에 장애를 유발하거나 얼굴 등 미용적 영향이 큰 곳에 발생한 경우 이 치료 약을 쓸 수 있다. 치료 시기는 생후 1~3개월 이내다.”

-혈관 기형과는 어떻게 구분하나.

“외관상 구분이 쉽지 않다. 혈관 기형도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평생 지속된다. 정맥형, 모세혈관형 등에 따라 색깔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혈관 내피세포 증식이 아닌 혈관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프로프라놀롤의 효과가 없다. 쓰는 약과 치료 방법이 영아 혈관종과는 완전히 다르다.”

박 센터장은 “대부분의 영아 혈관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지만 위치와 성장 속도에 따라 조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지켜보면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적절히 시작하는 수도 있다”면서 “너무 걱정하거나 미루기 보다는 전문의와 함께 치료 여부와 적절한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