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아이콘이자 오랜 측근이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사임 발표에 대해 “지지율 급락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반대로 자신이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백악관으로 불러 환대했다. 마가 진영은 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그린 의원을 ‘마저리 배신자(Traitor) 브라운’이라고 부르며 “지지율이 급락하고,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예비선거 경쟁자와 맞서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사퇴’라 부르는 걸 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그린은 전날 엑스에 동영상을 올려 내년 1월 5일을 마지막으로 의원직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곧바로 ABC방송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린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 등으로 자신을 비판하자 중간 이름 ‘테일러’를 배신자라는 뜻의 ‘트레이터’로, 그린이라는 성 역시 녹색이 썩어 갈색이 됐다는 의미로 ‘브라운’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린의 사퇴 발표에 대해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난 사람(트럼프)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가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라며 “공화당은 앞으로 3년 안에 보다 일관된 메시지를 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트럼프는 21일 민주당 소속 맘다니 당선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동했다. 트럼프는 맘다니를 그동안 공산주의자라고 불러왔지만 이날 회동 뒤엔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난 그가 잘하기를 바라며 우리는 그가 잘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맘다니와 뉴욕시의 물가, 주거, 범죄 문제 등을 개선할 방법을 논의했다면서 “그가 가진 아이디어 일부는 내가 가진 아이디어와 정말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잘할수록 난 더 행복하다”며 “(우리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우리는 그가 강하고 매우 안전한 뉴욕이라는 모든 사람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마가 진영의 핵심 인사 스티브 배넌은 폴리티코에 “세상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또 다른 측근인 우익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도 “나는 좀 혼란스럽다. 이 정부가 맘다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 모든 상황은 마가운동이 이념이 아닌 ‘본능’에 의해 정의돼 왔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며 정치적 결정이 언제나 개인에 의해 좌우됐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트럼프 이후 이(마가) 연합을 유지해야 할 누군가에게 큰 과제가 된다”고 논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