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에 110억 예산지원
ILO조차 개선 요구했던 정책
1703억원 기본소득시범사업
벌써 2배 늘어나 ‘밑 빠진 독’
경제 기초체력은 허약한데
누적된 적자 청년세대 짐될 뿐
ILO조차 개선 요구했던 정책
1703억원 기본소득시범사업
벌써 2배 늘어나 ‘밑 빠진 독’
경제 기초체력은 허약한데
누적된 적자 청년세대 짐될 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끈질긴 국제 소송 끝에 완전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이로써 4000억원 넘는 국민 혈세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약 3년 전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스럽게 항소를 제기해 얻어낸 쾌거임을 다 안다. 반대했던 사람들은 이 사건을 항소하면 승소 확률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아 패소할 경우 원금 약 3173억원에 이자까지 4000억원 넘는 혈세를 낭비할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장관은 국민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항소를 강행하는 모험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승소한 것이다.
반면 대장동 사건의 1심 판결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7800억원에 달하는 범죄수익 중 약 7400억원의 환수가 불확실해졌다. 대장동 일당은 약 3억5000만원을 투자해 수천억원 넘는 수익을 올렸는데, 만일 항소해 승소했다면 그만큼 국민 혈세를 아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론스타와의 국제 투자분쟁 소송보다 훨씬 승소 확률이 높았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결국 국민의 부담이 그만큼 증가했다.
같은 논리 선상에서 정부가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보자.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양대 노총의 사무실 보증금과 개보수 예산 110억원을 책정한 것이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이익단체다. 이익단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구성원의 회비를 걷어 운영하는 단체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이익단체의 사무실 보증금과 개보수 예산을 지원한단 말인가. 그 논리라면 다른 이익단체들의 사무실 보증금도 지원해야 마땅하다.
과거 우리나라가 처음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할 때 ILO는 조건부로 허가했다. 주된 이유는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 개선과 함께 노조에 대한 과도한 지원, 예컨대 노조 사무실 무상 제공이나 노조 전임자 임금을 기업이 제공하는 우리 노동법 조항 때문이었다. 그밖에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관행을 일정 기간 내에 고치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불리를 떠나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나 경영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어야 한다는 게 ILO의 일관된 입장이다.
2026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국회에 기대할 것이 없겠지만 안타까운 심정에서 728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심의할 국회에 당부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농어촌 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산을 편성했다. 전체 농어촌 마을 중 7개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는데, 대부분의 농어촌이 인구감소 지역임에도 7개만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니 왜 우린 빠졌냐, 우리도 넣어 달라고 아우성이다. 결국 이 사업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정부가 신청한 1703억원을 2배 가까이 늘린 3409억원으로 증액시켰다. 시범사업 단계에서 이 지경이니 결국 이 사업은 전국 농어촌에 동일한 수준의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밑 빠진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25년 상반기에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94조원에 달했는데, 새로운 사업이나 지출이 없어도 저출생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인구 구조상 막대한 재정적자가 누적될 것이다. 잠재적 경제성장률은 2%대를 넘지 못하는데 제조업 강국이라는 우리는 향후 10년 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지속적 확장재정을 편성해 적자재정을 계속하는 것은 결국 막대한 빚은 청년세대에 떠넘기자는 것이다. 그 청년세대의 수는 현 60대 이상 인구의 연도별 출생 인구에 비해 3분의 1 내지 4분의 1에 불과한데, 이처럼 확장재정 정책을 계속한다면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
건전 재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국회는 삭감 목표를 설정하고 청년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라. 우리의 젊은이들이 20년 후에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일하러 가는 시대를 맞지 않으려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고 방만한 적자재정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는 무게를 잊지 말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라.
홍성걸
국민대 교수
행정학과